“반도체는 탈탄소 핵심 수단…’업의 확장’ 속 배출량 감축이 과제죠”

입력 2022-09-06 06:00   수정 2024-03-08 13:39

[한경ESG] 리딩 기업의 미래 전략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3조원의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지배력을 유지했다. 최근 반도체산업에 겨울이 오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반도체 수요는 장기적으로 우상향 곡선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해 산업 전반에서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고, 전후방 산업의 연계 효과도 크다. 반도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도 키를 쥐고 있다. 화석연료 발전처럼 ‘퇴출’이 아닌 ‘업의 확장’을 이뤄가면서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ESG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이를 이끌어갈 적임자로 당시 경영 전문지 기자로 일하던 이방실 부사장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해 초 SK하이닉스에 합류한 이 부사장은 SK하이닉스의 ESG 전략을 이끌고 있다. 이 부사장은 지난 7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와 기후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보고서를 발표한 후 <한경ESG>의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는 지난 8월 2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있는 SK U타워에서 진행했다.

- SK하이닉스는 ESG를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SG 측면에서 올해 이룬 가장 큰 성과는 무엇입니까.

“ESG 경영을 실천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거버넌스, 즉 ESG 요소를 기업의 장기 전략에 반영하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SK하이닉스는 기후변화 대응 거버넌스를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전략의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ESG경영위원회 산하에 탄소관리위원회와 기후변화협의체를 신설한 것이 대표적 예인데요. ESG전략 조직 주관으로 운영되는 ESG경영위원회는 SK하이닉스 CEO인 곽노정 사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노종원 사업 사장 외 미래기술연구원, 제조·기술, 안전보건 환경, 미래 전략, 구매, 지속 경영, 기업문화 등 주요 임원 10여 명이 참여하는 월간 회의체입니다. ESG경영위원회는 기후변화를 포함한 전사 ESG 전략 및 활동에 대해 심의하는 이사회 전문위원회인 지속경영위원회에 주요 안건을 상정하는 형태로 거버넌스 체계를 정립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ESG와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은 모두 ESG경영위원회에서 이뤄진다고 보면 됩니다. 작년 한 해 동안 ESG경영위원회에서는 전사 ESG 전략 추진방향은 물론 RE100(재생에너지 100%), 넷제로, 수자원 관리, 분쟁광물, 이사회 규정 등 약 20개의 안건을 논의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탄소관리위원회 출범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 탄소관리위원회와 기후변화협의체는 어떤 역할을 수행합니까.

“지난 1월 출범한 탄소관리위원회는 ESG경영위원회 멤버이기도 한 제조·기술 부사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고, 연구개발(R&D) 부서부터 팹(Fab) 운영 및 유틸리티 부서에 이르기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유관 조직 임원 및 팀장과 실무자로 구성돼 있습니다. 총 7개 분과로 이뤄진 탄소관리위원회는 매월 정례 회의를 열고 RE100과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과 실행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그 결과물을 매 분기 ESG경영위원회에 보고합니다. 물론 탄소관리위원회 출범 전에도 SK하이닉스는 ‘에너지 절감 TF’나 ‘RE TF’ 등 개별 TF 활동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는데요. 특히 에너지 절감 TF의 경우 10년 전부터 운영해왔고, 작년 한 해에만 총 255건의 아이템을 발굴해 186GWh의 에너지를 절감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넷제로라는 도전적 목표를 달성하려면 분산적으로 이뤄지는 개별 TF 활동을 넘어 전사적으로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논의가 ESG경영위원회에서 이뤄졌고, 그 결과 탄소관리위원회가 출범하게 된 것이죠. 더불어 기후변화협의체도 신설했는데요. ESG경영위원회에 상정되는 기후변화 관련 안건에 대한 사전 심의 역할을 담당하는데, 탄소관리위원회 소속 임원 외에 마케팅이나 재무, IR, PR, CR 등 지원 조직 임원까지 폭넓게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 회의체입니다.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 및 기회 요인을 고객과 투자자, 나아가 규제나 평판 리스크 관점에서 다각도로 분석함으로써 보다 체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수립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 기후변화 대응에서 반도체 기업이 직면한 도전 과제는 무엇입니까.

“먼저 반도체는 화석연료 발전처럼 ‘퇴출’ 압력을 받는 산업이 아니라 계속 ‘수요’가 늘어나는 산업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수많은 영역에서 반도체 수요는 날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반도체는 ‘탈탄소’로 가는 여정의 핵심 수단인 전기자동차나 스마트 그리드 등에도 꼭 필요한 부품입니다. 그만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니즈가 커질수록 반도체의 수요 역시 계속 증가할 것입니다. 이는 반도체의 경우 신사업 발굴을 통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배출량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업(業)의 확장’을 지속하면서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여기서 주목할 점은, 같은 반도체 회사라도 팹(Fab), 즉 대규모 생산 시설을 운영하느냐 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설계 전문인 팹리스(Fabless)와 달리 종합 반도체 회사(IDM)나 파운드리(Foundry)업체에서 사업 확장이란 ‘팹 증설’을 의미합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을 앞두고 있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신규 팹 건설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는 이유죠. 고객과 시장의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선 팹 증설을 통해 반도체 생산량을 늘려야 하니까요. 아시다시피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는 막대한 자본 투자가 요구됩니다. 가령, SK하이닉스는 향후 120조원을 투입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팹 4개를 가동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이유 중 하나는 장비 가격이 워낙 비싸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예로, 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단위의 패턴을 웨이퍼에 그려내기 위한 초미세 공정의 핵심 장비로 꼽히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경우 대당 가격이 수천억원에 달합니다. 이 정도 대규모로 투자하는 양산 설비를 가동하려면 전기 사용량도 당연히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곧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전기 사용에서 발생하는 간접배출(스코프 2)도 많을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대규모 팹을 운영하는 반도체업체의 배출량 대부분을 스코프 2가 차지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문제는 간접배출량은 생산량 변화에 연동되는데, 현재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현재 반도체산업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인한 팹 증설로 인해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스코프 2 배출량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업계는 이러한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최대한 에너지 절감에 힘쓰고, 사용하는 전력은 무탄소에너지로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SK하이닉스가 2012년부터 에너지 절감 TF를 운영하고, 2020년 SK그룹 다른 멤버사들과 함께 국내 최초로 RE100에 가입한 이유입니다. 참고로 TSMC도 2050년까지 RE100을 달성하겠다고 공표했고, 인텔의 경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사실 미국, 유럽과 비교해 재생에너지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아시아 지역에서 대규모 팹을 운영하며 RE100을 달성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SK하이닉스나 TSMC가 인텔처럼 RE100 달성 시점을 공격적으로 설정하기 어려운 이유도 팹 운영 지역의 재생에너지 조달 환경 차이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기업으로서 기후변화 대응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2050년까지 RE 100%를 달성하겠다는 도전적 목표를 세웠습니다. 재생에너지 구매 정책 및 제도의 경우 국가나 지역별로 상이하기에 지역별 맞춤형 계획 수립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2020년 지역별 시장 상황과 정책 변화 등의 모니터링을 위한 지역별 재생에너지 TF를 구성, 해당 지역에 최적화된 재생에너지 조달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RE100을 선언하셨는데, 어떠한 전략인가요.

“먼저 해외 사업장의 경우 올해까지 RE 100%를 달성할 계획입니다. 상황이 만만치는 않지만,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제도적으로 기반을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간담회 때 기업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정부도 여러 각도로 고민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녹색 프리미엄 제도, 전력 구매계약(PPA) 체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등 다양한 옵션을 모두 고려해 2030년 RE 33% 달성이라는 중간 목표를 차질 없이 완수해나갈 계획입니다. 더불어 스코프 1(직접배출)에서도 최대한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가 스코프 1 부문에서 공정 가스 40% 절대 감축량을 제시한 거죠. SK하이닉스는 현재 주요 장비업체와 함께 에너지 효율이 높은 장비 개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코프 2 배출량을 줄이려면 에너지 조달원을 무탄소에너지로 바꾸는 노력과 함께 전력 소모가 많은 반도체 장비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하는데, 이는 반도체 제조사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굴지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나 램 리서치가 모두 2050년 넷제로 목표를 선언하는 등 반도체업계 전반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상황입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동일한 방향 선상에 있는 기업 간 적극 협력한다면 혁신적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 기업 간 협업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들립니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반도체산업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단일 기업을 넘어 ‘범산업’ 차원에서의 협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스코프 2뿐 아니라 스코프 1, 즉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접배출량 감축 역시 반도체 제조사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산업에서 스코프 1 배출은 주로 식각, 증착 등 생산공정에서 사용되는 불화가스(F-gas)가 공기 중으로 배출되면서 발생합니다. 여기서 딜레마는 불화가스가 이산화탄소 대비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높음에도 이를 사용하지 않고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이 현재로선 부재한다는 거죠. 결국 스코프 1 배출을 줄이려면 더 낮은 GWP를 지닌 대체 가스를 개발해야 하는데, 이 역시 반도체 장비 에너지 효율화 프로젝트처럼 반도체 제조사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소재 업체는 물론 반도체 장비사와 제조사 간 3자 협력이 이뤄져야 가능합니다. SK하이닉스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현재 미래기술연구원 주도로 대체 가스 개발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계획 중입니다. 지금 당장 양산 공정에 새로운 대체 가스를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반도체에는 새로운 대체 가스를 적용해 제조 과정에서의 배출량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는 불화가스를 더 잘 분해해 배출량을 줄이도록 온실가스 저감 장치(scrubber)의 효율을 높이는 노력도 경주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을 통해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공정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고 온실가스 저감 장치인 스크러버 처리 효율은 95%까지 높일 계획입니다. 이 목표는 올해 새롭게 개발한 ESG 전략 프레임워크 PRISM의 영역별 세부 목표로 포함시켜 공표했습니다.”

- PRISM 프레임워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PRISM은 Pursue, Restore, Innovate, Synchronize, Motivate라는 영어 단어의 첫 번째 알파벳을 조합한 것입니다. ‘첨단기술의 중심, 더 나은 세상을 만듭니다’라는 브랜드 슬로건에서도 알 수 있듯 SK하이닉스의 미션은 경제적가치(EV)와 사회적가치(SV)를 동시에 추구하는 DBL(Double Bottom Line) 경영 철학에 근거해 더 나은 세상, 더 밝은 미래를 만드는 것입니다. PRISM이라는 ESG 전략 프레임워크를 만들 때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은 바로 이러한 브랜드 정체성을 프레임워크에 담아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만 보다 설득력 있는 프레임워크로 기능할 수 있고, 전략의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향성 아래 나온 것이 바로 PRISM의 첫 번째 영역인 P(Pursue)에 대한 가치 제안 즉 ‘DBL 경영 철학을 근간으로 더 밝은 미래를 추구합니다’입니다. ESG 중 G(거버넌스)에 대한 내용으로, SK하이닉스의 모든 의사결정 시스템의 토대가 되는 DBL 경영 철학에 뿌리를 둔 PRISM의 핵심 가치 제안이죠. 이어 PRISM에서 P를 제외한 Restore와 Innovate는 ESG 중 E(환경)에 해당하고, Synchronize와 Motivate는 S(사회)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즉 DBL 경영 철학에 뿌리를 둔 핵심 가치(Pursue)를 토대로, 환경을 복원해 지구를 지키는 기업이 되고(Restore the environment to preserve the planet), 미래를 생각하는 혁신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며(Innovate our technology for tomorrow), 파트너와 함께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Synchronize sustainability efforts with our partners), 구성원의 잠재력을 이끌어내 탁월함에 이르도록 동기를 부여(Motivate our people toward excellence)하는 것이 SK하이닉스가 ESG 경영을 통해 지향하는 바입니다. 이런 메시지를 PRISM이라는 프레임워크에 담았습니다.“

- 각 요소에는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물론 이번에 PRISM이라는 전략 프레임워크를 새롭게 내놓기 전에도 SK하이닉스는 SV 2030이라는 중장기 추진 계획이 있었습니다. 크게 환경, 동반성장, 사회안전망, 기업문화, 이렇게 4대 SV 창출 분야별로 2030년까지 달성할 목표를 세워 공표하고 추진해왔는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진화한 것이 PRISM입니다. PRISM은 기존 SV 2030에서 추진해온 과제를 모두 포함하며, 지배구조나 공급망 ESG 평가 등 기존 SV 2030 영역에서 다루지 않던 영역까지 과제 범위를 확장했습니다. 무엇보다 직관적 소통이 가능하도록 키워드를 중심으로 네이밍함으로써 기존 SV 2030의 외연을 더욱 확장해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프레임워크로 발전시킨 것이 특징입니다. PRISM의 5개 영역은 P, R, I, S, M 각각 2~3개 영역으로 세분화해 총 12개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가령 Pursue의 경우 SV 창출과 지배구조,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에 대한 내용으로, Restore의 경우 기후변화 대응과 수자원 관리, 순환경제에 대한 내용으로 세분화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영역별로 2030년까지 달성하고자 하는 세부 목표를 수립해 공개했죠. 앞서 말한 공정가스 배출량 40% 감축이나 스크러버 처리 효율 95% 달성의 경우 PRISM의 세 번째 영역인 Innovate 중 지속 가능한 제조 시스템 구축(sustainable manufacturing)과 관련한 2030년 목표에 해당합니다.”

- 기후 리스크 외 사업 측면에서는 어떠한 기회가 있다고 판단하시나요.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저전력·고효율 제품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제품의 친환경성을 높이는 것이 새로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지속적인 R&D 혁신을 통해 저전력·고효율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샘플 개발에 성공한 ‘GDDR6-AiM(Accelerator in Memory)’ 제품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은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더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처리 분야에서 데이터 처리 속도를 올려주는 차세대 기술인 PIM(Processing-In-Memory)이 적용된 제품입니다. 1초당 16Gbps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GDDR6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 기능을 더한 제품으로, 일반 D램 대신 이 제품을 CPU·GPU와 함께 탑재하면 특정 연산의 속도가 최대 16배까지 빨라집니다. 더욱이 이 제품은 GDDR6의 기존 동작 전압인 1.35V보다 낮은 1.25V에서 구동하고, 자체 연산을 하는 PIM이 CPU·GPU로의 데이터 이동을 줄여 CPU·GPU에서 소모되는 전력을 줄여줍니다. 그 결과 기존 제품 대비 에너지 소모량을 최대 80%까지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이처럼 저전력·고효율 제품 개발을 통한 미래 메모리 신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기회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 제조업으로서 공급망 관리와 협력사 지원 역시 중요한 ESG 어젠다라고 생각합니다.

“SK하이닉스는 공급망 내에서 발생하는 ESG 측면의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둔 공급망 ESG 평가 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ESG 온라인 ESG 자가평가와 현장평가 두 단계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는데 지난해 자체 공급망 ESG 평가지표를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주요 협력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자가평가를 실시했습니다. 올해는 온라인 자가평가 대상 기업 중 ESG 위험도와 비즈니스 영향도가 높은 기업을 선정해 현장 평가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ESG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점검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항은 가능한 범위에서 지원함으로써 협력사의 ESG 역량을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1000억원 규모의 ESG 펀드를 조성, 협력사들이 시중보다 낮은 이자로 환경·사회 분야 개선 목적의 자금을 낮은 이자로 지원받도록 했습니다. 이 외에도 SK하이닉스는 협력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차별화된 반도체 지식과 노하우를 협력사에 공유하는 반도체 지식 공유 플랫폼 ‘반도체 아카데미’가 대표적 예입니다. 협력사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반도체 기초, 소자, 설계, 통계 등 200여 개 온라인 동영상 과정을 무상으로 수강할 수 있고, 오프라인 강의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정, 설계, 제품,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제공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반도체 아카데미와 함께 협력사와 분석·측정 장비를 공유해 신기술 및 소재를 개발하도록 돕는 ‘분석·측정 지원 센터’도 운영 중이고, 기술력은 있지만 성장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기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기술혁신기업’ 제도도 6년째 운영 중입니다. SK하이닉스는 이 3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약 1000억원의 사회적가치를 창출했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혁신 기업으로 선정된 협력사에는 SK하이닉스와의 공동 기술개발 기회와 함께 무이자 기술개발 자금 대출, 경영 컨설팅 등 포괄적 지원을 제공합니다. 가령 지난해 5기 기술혁신 기업으로 선정된 에코에너젠과는 향후 3년간 스크러버 용수 재이용 기술을 공동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에코에너젠과는 이미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기 위해 질소산화물 및 암모니아 저감 시설을 공동개발한 적이 있는 만큼, 기술혁신 기업 제도를 통해 모범적 동반성장 사례를 이어가리라 기대합니다.”

- 마지막으로 ESG 경영 실천을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ESG가 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평가기관에서도 E, S, G 3가지 영역별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은연중에 ESG가 각각 분리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올바른 접근이 아닙니다. 언제나 G 안에서 E를 이야기해야 하고, G 안에서 S를 이야기해야지, 거버넌스와 상관없이 E와 S를 따로 추진하면서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한두 번은 이벤트성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G와 동떨어져 E나 S만을 추구하는 건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추진 동력을 얻기도 어렵습니다.
ESG 경영은 거버넌스, 즉 의사결정 체계를 정립하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ESG 전략을 수립하고 그 실행력을 확보하려면, ESG 리스크와 기회 요인이 기업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이를 중장기 경영전략에 반영하고 사업을 수행하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공개한 지속 가능성 공시기준 초안에서 토대로 삼은 TCFD 권고안의 프레임워크에서도 지배구조는 가장 근본이 되는 요소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사회와 경영진의 역할과 리더십이 중요하고, 그 토대 위에 전략을 세우고,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지표와 목표를 관리하는 것이죠. 이렇게 거버넌스를 제대로 갖추려면 이사회와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지속 가능성은 특정 부서 단독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대개는 아직 상업적으로 구현되지 않은 기술혁신을 목표로 전사적 차원에서 모든 역량을 결집해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달성할 수 있는 도전이 대부분이죠. 그렇기에 이사회와 최고경영진의 결단이 없다면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 역시 뒷받침돼야 합니다. 초기 단계에선 이사회와 경영진의 하향식(top-down) 드라이브가 큰 역할을 하지만, 이를 조직의 DNA로 내재화해 지속적 추진 동력을 확보하려면 구성원의 상향식(bottom-up) 참여가 병행돼야 합니다. 앞으로 SK하이닉스가 중점적으로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이기도 하고요. 지난 7월 ESG 전략 프레임워크 PRISM을 개발해 회사가 추구하는 ESG 방향과 목표에 대해 구성원에게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된 만큼, 앞으로 구성원들이 ESG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지속 가능성 목표 달성에 적극 동참하도록 다양한 참여 활동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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